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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10개 만들기, 엘리트 중심 정책…실패자 만드는 구조 고민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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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인 25-05-31 04:06 0회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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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거점국립대를 서울대 수준으로 끌어올리면 지역 균형 발전이 이뤄질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지난 15일 교육 공약으로 ‘서울대 10개 만들기’를 발표했다. 대학 서열을 완화하고 국가균형발전을 이루겠다는 설명이 붙었다. ‘서울공화국’을 해결할 것이란 평가가 나온 한편 재원 마련이나 현실 가능성에 대한 비판도 따라붙었다.
이 공약이 약속하는 바와는 전혀 다른 효과가 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지역 격차를 오히려 심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27일 만난 최성수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 공약이 교육 불평등 해소라는 약속과는 달리 극히 일부의 문제만을 다룬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교육 불평등 정책이 아닌 엘리트 중심 정책”이라며 “학생 절반을 실패자로 만드는 시스템의 실패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서울대 10개 만들기’ 공약이 나온 이후 진보·보수 진영을 가리지 않고 비판적이더라도 지지가 나왔다. 이유가 뭐라고 보나.
“서울대 10개 만들기 의제가 탁월하다고 생각하는 건 두 가지다. 일단 귀에 확 꽂히는 구호다. 더 중요한 건 지역 격차가 심하고 지방 대학들이 굉장히 위기에 놓여있다. 뭔가 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은 진영에 상관없이 모두 공감하는 지점일 것이다. 다만 잘 되면 좋겠지만 지키지 못할 약속을 던지는 셈이다. 설사 잘 되더라도 약속과는 상관없는 효과가 날 수 있다고 본다.”
-서울대 10개 만들기의 핵심은 병목현상을 해결하자는 것이다. 병목현상을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하나.
“병목을 넓히는 게 넓히지 않는 것보다 낫다. 그러나 병목 넓히기가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보긴 어렵다. 병목을 넓혀서 영향을 받는 집단은 병목 주변부에 있는 사람들뿐이다.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서울 소재 사립대에 뺏긴 지역거점국립대의 위상을 되찾아주자’는 내용으로 요약된다.”
-병목을 줄이는 게 핵심이어선 안 된다고 보나.
“서울대 10개 만들기가 교육 불평등 해소의 근본적 대안이 될 수 없다고 본다. 지역거점국립대 경쟁력이 높아지면 영향받는 학생 비율이 얼마나 될까. 거점국립대 학생 비율이 전체 대학 재학생 중 6~7%로 추정된다. 서울 내 사립대에 다니는 비율은 13%다. 격차 해소가 전혀 안 된다고 할 순 없지만 결국 기대 효과는 병목 근처에 있는 상위 20% 중에서도 7% 정도에만 영향을 미칠 것이다. 격차를 해소하거나 위계구조를 재편하겠다는 약속을 하지만 실상은 병목 주변에 대한 이야기일 뿐이다.”
-상위 20%를 제외한 이들의 격차가 해소되지 않으리라 보는 건가.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나머지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지역 대학·전문대에 다니는 학생들을 다루지 않는다. 통로를 하나가 아닌 10개로 늘린다고 해서 이른바 성공하는 사람의 비율이 커지는 게 아니다. 하위 50%를 실패자로 만드는 시스템은 그대로 둔다. 서울대 10개 만들기라는 구호가 던지는 기획은 보이는 것에 비해 굉장히 좁은 영역을 다룬다. 병목으로 안 가도 되게끔 해야 하지 않겠나.”
-지역 균형 발전 같은 파급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보나.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독자적인 고등교육정책이라기보단 산업 정책의 일부로 봐야 한다. 대학에만 투자한다고 해서 대학 졸업생들이 그 지역에 기여하거나 정착한다고 보긴 어렵다. 지역 거점을 중심으로 산업발전이 유기적으로 구상돼야만 지역 국립대가 각각의 위치에서 클러스터 발전에 필요한 인재를 공급하고 산업과 유기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
-지역 대학 문제가 심각하니 뭐라도 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강하다.
“문제의식에는 공감한다. 그러나 뭐라도 해야 한다는 것이 서울대 10개를 만들어야 하는 이유가 될 순 없다. 이 공약이 기획 의도대로 된다면 그 결과는 10개 서울대에서 교육 잘 받은 학생들이 졸업해서 서울로 가는 모습이 될테다. 지역에 일자리가 없으니 취업하려면 서울로 가야 하지 않나. 오히려 지역 격차가 강화될 수밖에 없다.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그 자체가 독립변수라기보단 더 큰 구상과 함께 어우러지는 매개변수나 조절변수에 가깝다. 지역 발전 기획이 함께 제안돼야만 서울대 10개 만들기가 어떻게 호응할 수 있는지 그릴 수 있다.”
-지난해 한국은행이 지역별 비례선발제를 제안했다.
“지역에서 공부 잘하는 학생을 뽑아서 서울로 보낸다는 취지다. 그 친구들은 지역에 돌아오지 않고 서울에 자리를 잡는다. 결과적으로 보면 지역과 서울의 격차를 줄인다고 보기 어렵다. 서울대·의대 진학에 대한 이야기가 교육 불평등 담론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러나 진짜 교육 불평등은 중하위층 섹터에 있다고 본다. 이 학생들을 방치하는 게 교육불평등의 핵심 아닐까.”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연 3조원 재정이 투입될 것으로 얘기된다. 재원 마련은 가능할까.
“재정은 의지라고 생각한다. 고등교육 문제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 3조원은 적은 돈도 아니지만 쓰지 못 할 돈도 아니다. 문제는 돈만 투입하면 다 된다는 ‘재정 만능주의’다. 서울대만큼 투입하면 서울대만큼 좋아진다는 건데, 돈이 들어간다고 해서 될 게 아니다. 돈을 어떻게 사용할지에 대한 기획이나 구상이 선행돼야 한다. 돈만 수천억원 투입되면 지난 20~30년간 그래왔듯 교육부가 돈을 투척하고 대학들은 돈을 쓰기 위해 급하게 어젠다를 만들어서 사업을 벌일 것이다. 단기적 성과만 가시화하려는 시도가 반복될 것이다.”
-이 공약이 20년 전에 추진됐다면 성공할 수 있었다고 보나.
“대학 진학률이 80%에 달한 20년 전에 정부가 고등교육에 대한 고민을 시작해서 지역거점대를 강화하는 체계적 접근을 취했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그런데 지난 20년 동안 근본적 고민이 주요 의제로 올라온 적은 없다. 국공립대 네트워크가 진화해서 서울대 10개 만들기라는 이름으로 나올 때까지 병목 수준의 얘기만 있었고, 방대해진 고등교육을 어떻게 소화할지에 대한 담론은 없었다.”
-그렇다면 지역 대학, 지역거점국립대학에 대해 어떤 고민을 해야 하나
“한국은 대학 진학률이 80%에 달한다. 1990년대 초반에는 전통적, 전형적으로 공부 잘하는 학생들이 엘리트 대학에 진학하는 모델이 구조였다. 지금은 고등교육의 이질성이 굉장히 높아졌다. 대학에 가는 학생들의 학업적 측면의 준비수준, 사회경제적 배경, 대학 입학 목표 등이 모두 그때와 다르다. 그런데도 고등교육의 개념과 목표를 어떻게 바꿀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그간 없었다. 고등교육정책이 아니라 입시 정책만 다뤄왔을 뿐이다. 지역의 대학에 간 학생들은 제도와 정책에 의해 방치됐을 뿐이다. 이들을 우리가 어떻게 가르치고 어떤 인재로 키울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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