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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메모]두 검사를 위해 ‘도열’한 검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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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인 25-06-04 21:54 0회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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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은 살면서 가장 많은 검사를 본 날이다. 앞서 사표를 낸 이창수 전 서울중앙지검장과 조상원 전 중앙지검 4차장검사의 퇴임이 예상된 날이었다. 사표가 수리되지 않자 당일 퇴임식은 열지 못했지만 두 검사의 마지막 근무라는 얘기가 돌았다. 사표는 하루 뒤인 지난 3일 수리됐다.
기자들은 퇴임 소회를 듣기 위해 지난 2일 오후 5시30분쯤 지검장실과 4차장검사실을 찾았다. 그런데 두 검사의 방은 고별인사를 하러 온 검사들로 이미 북새통이었다. 차장검사부터 평검사까지 모인 검사들의 행렬은 복도를 가득 채웠다. 이들은 두 검사의 방에 차례로 들어갔다가 나왔다. 한 시간이 지나도록 줄은 그대로였다. 오간 검사는 적게 잡아도 100명은 더 돼 보였다. 진풍경이었다.
미디어의 익숙한 장면들이 스쳤다. 검사들이 복도에 도열해 “검사장님 승진 축하드립니다!” 외치며 허리를 숙이던 모습이 드라마 속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대부>에서 조직의 새 대부가 된 마이클 콜레오네의 손에 마피아들이 돌아가며 입 맞추던 장면도 떠올랐다. 중앙지검 관계자는 “검사들이 자발적으로 인사드린 것”이라고 했다. 실제 중앙지검 모든 검사가 이 기이한 행렬에 동참한 건 아니라고 한다. 두 검사가 조직에서 리더십을 인정받은 사람들이라 따르는 사람이 많았다는 얘기도 들린다.
그러나 시민 눈높이에서 이 풍경이 납득 될지는 의문이다. 검찰의 공정한 수사권 행사를 바라는 검찰 개혁 목소리에는 한두 명의 검사가 조직 분위기를 좌우하는 ‘상명하복 문화’, ‘형님 문화’부터 타파해야 한다는 시민들의 공감대가 깔려있다. 그 상명하복 문화와 형님 문화에 누구보다 진심이었던 인물이 바로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이날 풍경은 윤 전 대통령이 과거 한 횟집에서 식사를 마치고 나올 때 참모진이 식당 앞에 길게 도열해 있던 모습과도 겹쳐 보였다.
윤 전 대통령은 검찰 때처럼 상명하복식으로 국정을 통제할 수 없자 불법 계엄까지 저질렀다. 검찰은 그런 윤 전 대통령을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했다. 한때는 검찰의 자랑이었으나 이젠 수치가 된 ‘윤석열 흔적’을 지우려고 노력한다. 검찰이 이 굴레에서 벗어나려면, 그가 조직 깊이 새겨놓은 낡은 문화부터 벗어버려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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