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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SKY 독점 해소? “서울대 10개 만들기, 당장 할 수 있는 걸 해보자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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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인 25-06-02 06:08 0회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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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10개 만들기’는 21대 대선을 앞두고 주목받은 유일한 교육공약이다. 지역거점국립대 투자를 강화해 서울대 같은 대학을 9개 더 늘리는 것이다. 서울대와 연세대·고려대 중심의 ‘대입 병목’을 해소하면 주요 대학의 지위독점이 약화되고 사교육도 줄어들며 궁극적으론 지역불균형까지 해소할 수 있다는 정책 목표가 담겨 있다.
유성상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는 서울대 10개 만들기의 주요 기획자 중 한 명이다. 유 교수는 “교육정책은 다른 사회정책에 비해 정치인이 감당하는 몫이 커 선거 때마다 언급을 조심스러워 한다”며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나름 정치적 구호로 괜찮고, 정치적 손해도 별로 입지 않는다는 판단이 정치권에서 든 것 같다”고 했다.
유 교수와 지난 27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에서 만났다. 다음은 유 교수와 일문일답.
-여러 대선후보가 서울대의 힘을 빼고 지역 국립대를 강화하는 정책을 냈다.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는가.
“서울대 10개 만들기 같은 논의가 시작된 지는 20년이 넘었다. 이제야 무르익었다고 봐야 한다. 사실 지난 20대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도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선 서울대 10개 만들기와 관련된 논의가 많았다. 하지만 그때는 공약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사교육 문제나 지역대학 고사 등이 심화되면서 정치적 힘을 받게 된 상황이 아닌가 싶다.”
-20년 동안 논의가 이어져왔음에도 서울대 10개 만들기가 그동안 추진되지 않은 이유가 있다면.
“일단 지방 사립대 반발이 크다. 일반 시민들의 관심도 크지 않았다. 기재부는 정부가 직접 고등교육에 돈을 대는 데 부정적이다. 교육부는 국립대를 신뢰하지 않는 편이다. 개혁의 주체가 돼야 하는 서울대는 늘 관심이 없었다.”
-정치권에서도 추진 동력이 크지 않았던 것 같다.
“서울대 10개 만들기처럼 큰 예산이 들어가는 교육정책은 정치적인 리더십이 주도권 잡고 관료들이 따라가야 하는 구조가 돼야 한다. 지금까지는 반대였다. 고등교육에 투자를 꺼리는 관료들의 프레임에 정치권이 따라가지 않았나 싶다.”
-국민의힘에서도 서울대 10개 만들기와 유사한 서울대 공동학위제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조금 의외다. 저는 서울대 10개 만들기가 일단 공동학위제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본다. 정부가 5년 내에 빠르게 할 수 있는 게 공동학위제다. 물론 (공동학위제를) 학부만 할지, 대학원까지 적용할지 등 여러 세부 분야에서 의견을 모아야 한다. 이 부분은 정치적 협상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서울대 10개 만들기의 방향성에는 동의하지만 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고등교육의 대학서열 문제를 깊숙이 개입한다고 해서 여러 교육문제가 해결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경제, 노동 등 다른 사회정책 분야의 변화와 교육정책이 같이 가야 한다. 교육정책이 교육정책답게 되려면 다른 분야의 사회정책이 함께 바뀌어야 한다.”
-평소 ‘정부 관료-중상층 학부모-사교육시장’을 한국 교육의 병폐로 규정했는데, 서울대 10개 만들기가 이들을 해체하는 데 효과가 있을까.
“부모의 욕망, 지금의 서열체제가 사라지진 않을 것이다. 정치경제적 특권층을 위한 맞춤형 교육체제를 구현하려는 시도는 끊이지 않는다고 본다. 서울대 10개 체제에서 또 다른 구별짓기의 통로를 만들려는 이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서울대 10개 만들기 기획은 고등교육 문제를 한꺼번에 다 해결하자는 게 아니라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해보자고 하는 것’에 가깝다. 기존보다 조금 더 많은 선택지를 주자는 기획이다. 조금 더 다양한 방식의 경쟁이 나타나기를, 약간의 대입 병목이 개선되기를, 수도권 중심의 쏠림을 약간 흐트러뜨리기를 바라는 시도로 보면 좋겠다.”
-학생들의 선호가 수도권에 쏠리는 상황이 지속진다면 서울대 10개 만들기 효과가 반감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사실 현재 대학서열이 학교의 실력에 따라 줄세워진 게 아니다. 졸업생들의 실제 취업 가능성이나 취업 잠재력이 시장의 요구와 얼마만큼 부합하느냐와도 거리가 있다고 본다. 지역 국립대 교수들의 연구역량도 큰 차이가 없다고 봐야 한다. 서울대에서 배우는 것, 다른 지역 국립대에서 배우는 것 사이에 큰 차이가 있을까? 확신하기 어렵다. 결국 교육정책만으론 교육 문제를 풀 수 없다. 산업정책, 사회정책과 같이 가야 교육정책의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서울대와 주요 사립대가 지위독점을 하고 있다는 게 서울대 10개 만들기 추진의 전제다. 최근에는 전보다 서울대나 중 주요 사립대의 지위독점이 약화됐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물론 서울대나 연세대, 고려대의 지위독점이 공고화됐다고 보긴 어려울 것 같다. 다만 시간이 지나면서 서울 사립대의 전략도 서열에 동조하고 반응하는 방식으로 가고 있다고 본다. 지위독점이 전보다 더 세분화되는 측면이 있다. 우리가 ‘서연고’ 다음에 ‘서성한’ 이런 식으로 이야기하지 않나. 학생들의 수도권 선호 현상이 커지면서 대학의 서열과 이를 이용한 상술이 교육계 전반에서 늘어나고 있다. 훨씬 더 계층간 교육을 통한 사회적 지위 획득 수준에 차이가 커졌다는 최근 연구들도 적지 않다.”
-서울대 10개 만들기가 현실화되면 연간 3조~5조원 정도 추가 재원 투입이 예상된다. 일각에선 초중등교육 예산 일부를 서울대 10개 만들기에 써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학령인구가 줄어드니 초중등 교육에 투입되는 예산을 줄이자는 주장은 주로 경제관료들이나 보수언론, 경제지에서 제기돼왔다. 교육예산은 투입 대비 성과가 낮다고 보는 시각이 깔려 있다. 모든 학생에게 고르게 돌아가는 초중등 예산을 서울대 10개 만들기로 돌리는 것은 성적 상위권 학생들에게 집중투자하자는 방식으로도 볼 수 있다. 저는 이런 식으로 서울대 10개 만들기를 추진한다고 하면 도시락 싸들고 다니며 말릴 것이다. 한국 정부의 고등교육투자 비율은 매우 낮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정부의 고등교육 투입액이 38개국 중 32위다. 한국이 3조~4조원 규모의 예산을 마련하기 어려운 경제수준의 나라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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